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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 탄 남녀주인공
    엘리멘탈

    영화 엘리멘탈은 2023년 6월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7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인 소설을 모티브로 하였고 제76회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 공식 초청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던 엘리멘탈의 세계관과 평가, 흥행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엘리멘탈, 재미있는 4원소 세계관

    엘리멘트 시티에 사는 원소들은 모두 네 가지 원소로 현실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여러 인종과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시아계의 특성이 비교적 뚜렷한 불 원소에 비해 나머지 세 원소는 그렇게까지 명확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물: 엘리멘트 시티를 처음으로 개척한 원소로 동시에 도시 내 대다수의 원소입니다. 백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극 초반 엘리멘트 시티 중앙터미널 내 벽화들을 통해 도시 개척의 역사를 보여주는데, 물들이 바다에서 나오면서 '제1차 개척 원소'라고 알려줍니다. 그려진 내용은 전형적인 신대륙 이주자들의 모습으로 바닷물이나 민물을 흡수해 몸집을 불릴 수도 있습니다. 유동성 있는 신체로 벽과 파이프를 타고 다니거나 철책을 뚫고 지나다닐 수 있지만, 스펀지에 흡수되면 빠져나오기 굉장히 힘든 것으로 보입니다. 흙: 두 번째로 엘리멘트 시티를 개척한 원소로 몸에서 식물과 광물이 자랍니다. 4원소 중 묘사가 가장 적은 편입니다. 식물계 원소들끼리는 열매를 따는 것이 꽤 과한 애정행각에 들어가는지, 서로 열매를 따주다가 주인공들에게 걸린 두 흙원소가 "그냥 다듬는 중"이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공기: 세 번째로 엘리멘트 시티를 개척한 원소입니다. 비행이 용이한 점을 바탕으로 '에어볼'이란 스포츠를 많이 하는데, 물이나 흙 원소들도 즐겨볼 정도로 엘리멘트 시티의 인기 스포츠입니다. 작중 비중은 크지 않지만, 흙 원소들보다는 비교적 많이 나옵니다.

    불: 본래 파이어랜드에서 살던 일부 불 원소들이 가장 나중에 엘리멘트 시티로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제3차 개척 원소까지 물, 공기, 흙이 다 있지만 4 원소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불은 4차 개척이라는 타이틀도, 그림도 없습니다. 장작이나 기름, 숯 등 연소에 필요한 물질을 식재료로 삼으며, 물이 닿아 몸 일부가 꺼지더라도 음식을 먹으면 복구가 가능합니다. 4 원소 중 마지막으로 엘리멘트 시티에 온 데다 다른 것을 태우는 원소 특성 때문에 경계도 받습니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편의시설도 제공받지 못하고 불의 특성으로 인해 다른 원소에게 본의 아닌 민폐를 끼치는 점에서 미국의 이민자 집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점, 큰 절 문화가 있다는 점 역시 아시아 쪽 문화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내에서 엘리멘트 시티 시내에는 유달리 불 원소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파이어랜드: 불의 원소들만이 모여 사는 땅입니다. 앰버의 부모인 버니와 신더의 고향이기도 한 곳으로, 모두가 전통의 '푸른 불꽃'을 통해 하나로 이어져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폭풍우가 몰려오면서 파이어랜드는 무너져버리게 되고, 이때 신더는 앰버를 임신한 상태였기에 결국 둘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향을 등지고 엘리멘트 시티로의 이주를 선택합니다. 엘리멘트 시티: 물, 불, 흙, 공기 4개의 원소가 모여 사는 대도시입니다. 파이어랜드와는 다르게 4개의 원소가 각자의 마을을 이루고 삽니다. 파이어타운: 불 원소들의 거주 구역으로 불 원소가 상징하는 바를 고려하면 모티브는 코리아타운 같은 이민자들이 모인 지역입니다.

    대중의 평가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선 공개된 후 평론가들의 평점은 좋지 않았습니다. 공개 전 많은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기에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후 평가를 어느 정도 회복하여 70%대까지 올랐습니다. 원소를 다채롭게 활용한 참신한 상상력이나 캐릭터 설정, 주연 캐릭터 간의 관계성, 감동적인 스토리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CG나 영상미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명작들과 비교해도 좋은 편이라는 평입니다. 그중에서도 물과 불이라는 원소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이 변하는 부분이나 물이 끓어오르는 효과, 폭발할 때의 임팩트는 그동안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불보다는 물과 얼음에 집중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첫 시도에서 꽤나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상성이 맞지않는 불 원소 캐릭터와 물 원소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이들이 우연히 만난 후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하기까지 이르게 되는 서사가 본 작품의 메인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앰버와 웨이드 이외의 캐릭터들도 서로의 배경이나 견해의 차이로 인해 크거나 작은 다툼을 겪기도 하지만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고 친해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이번 작품은 빌런이라고 여겨질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기도 합니다. 다만 스토리의 중심축이 되는 누수 문제가 지나치게 가볍고 산만하게 다뤄지며, 세계관이 창의적인데 반해 활용은 그만큼 다양하지 못해 흙과 공기 원소들의 비중이 너무 적다는 점은 지적받고 있습니다. 픽사의 특징이 독창적인 서사이다 보니 이번에도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 관객들의 경우 무난하고 다소 진부한 서사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픽사의 보편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독창적인 서사 및 개연성은 다소 부족할지언정, 무난한 서사에 원소의 세계라는 참신한 묘사 및 연출, 그리고 과학적 원리에 따라 원소들이 서로 얽히며 발생시키는 관계성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할만한 작품입니다.

    한국에서의 흥행

    대한민국에서는 감독의 전작인 '굿 다이노'의 관객수를 뛰어 넘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6월을 기점으로 다른 경쟁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역주행 기록을 쓰고 있으며, 유럽과 남미 주요 국가에서도 개봉 첫 주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결국 한국 개봉 7주 차, 그리고 일본 개봉 전에 수익 4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흥행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예상하지 못한 장기 개봉, 흥행이 이뤄낸 성과입니다. 2023년 8월 기준 월드와이드 4억 5천만 달러의 흥행을 돌파했습니다. 결국 5억 달러에 근접한 4.95억 달러로 초기 예측을 깨고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엘리멘탈'은 대한민국의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극장 수익이 일본을 넘어선 최초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영화시장에서의 애니메이션의 위치와 디즈니/픽사 충성도를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유사한 예는 일본에서 약 3200만 달러, 한국에서 약 3000만 달러의 비슷한 수익을 올린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으로, 당시 한국에서 뜻하지 않게 흥행했었고 일본에서는 다른 쟁쟁한 경쟁작들과 동시 개봉하여 예상외로 흥행이 부진하였다는 점에서 '엘리멘탈'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한국에서의 흥행 요소로는 불 원소들의 뜨거운(매운) 음식과 큰 절을 비롯한 전체적인 문화나, 그들의 영토인 파이어랜드에서는 푸른 불꽃으로 모두가 이어져 살고 있었던 점, 그리고 앰버가 태어났을 때 앰버의 부모가 그 푸른 불꽃의 일부인 랜턴에서 푸른 불꽃을 앰버에게 옮겨 붙이는 모습에서 유추되는 '공동체와 전통을 중시하는 생활상'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는 서양보다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특징이고 한국인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편입니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크지 않았지만 유독 한국에서 전반적인 관람객 평이 좋은 것도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엘리멘탈'의 세계관과 대중의 평가, 한국에서의 흥행을 알아보았습니다. 애니메이션 기술의 발전은 어디까지일까요? 픽사 애니메이션답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였고, 스토리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지만 흥미로웠던 영화, 엘리멘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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